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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 후속조치 대법원장 결단만 남았다

전국법관대표회의·대법관 전원 의견 등 청취
'국회 국정조사 등 제3의 길 선택' 의견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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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59·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이 12일 대법관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의 후속조치와 관련한 의견 수렴 절차를 모두 마쳤다. 이제는 김 대법원장의 결단만 남았다. 김 대법원장이 이번 사태로 불거진 내홍을 수습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을 이끌었던 안철상(61·15기) 법원행정처장을 포함, 대법관 13명 전원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대법관들은 현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1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최기상)에서는 법관 115명이 참석해 10시간의 격론 끝에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대법원장 등 사법부 차원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관련자들을 직접 형사 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법원 안팎에서는 당초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수사 촉구'나 '형사 고발' 등 강력한 요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예상과 달리 애매한 입장만 내놓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둘러싼 법원 내부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전국에서 열린 법원별, 직급별 판사회의를 보면 주로 소장 판사들은 수사의뢰나 형사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지만 중견 또는 고위법관들은 사법부 내부 해결에 중점을 두며 신중한 자세를 나타냈다"며 "이 같은 흐름이 판사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열렸던 단독판사회의나 배석판사회의는 대체로 검찰 수사와 같은 강력한 조치를 의결했다. 반면 서울고법 고법판사회의나 서울고법 부장판사회의, 전국 법원장 간담회 등은 모두 사법부 내부 해결을 주장했다. 특히 지난 7일 간담회를 가진 전국 법원장들은 "합리적인 근거 없는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 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까지 표명했다.

앞서 지난 5일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 위원 가운데는 사법부 자체 해결 요구 목소리보다는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낸 위원들이 더 많았다.

한편에서는 국회 국정조사 등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로 파생될 수 있는 사법부 독립 침해와 파장을 감안한 해법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추가조사위원회(2차 조사) 위원장을 지낸 민중기(59·14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법원장은 인사권자이자 최종심을 심의하는 사람 중 한 명인데 그런 대법원장이 수사 의뢰나 고발을 하게 되면 부담이 크다"며 "차라리 제3의 기관이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나서서 진상규명을 하는 방법이 있다"며 "내부적인 징계는 정직까지가 한계인데 (국회에서는) 문제가 있는 법관을 탄핵할 수 있다"고 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재야법조계에서도 나왔다.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 소속 2050명(12일 오전 9시 기준 서명자 수)의 변호사들은 시국선언까지 발표했다. 이들은 11일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대법원까지 항의 가두 시위에 나섰다. 변호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미공개 문건의 전면 공개 △각 문건의 작성자와 작성경위, 해당 문건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그리고 보고 후 최종 실행 여부 등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조사 △조사 결과에 따른 형사처벌과 징계, 탄핵 등의 엄정한 책임 추궁 △대법원 및 사법행정 개혁 등을 통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전국의 변호사들이 모여 시국선언을 한 것은 2016년 11월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것에 이어 두번째다. 


이날 이찬희(53·30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이번 사태는 사법부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사법부는 전혀 합일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내부 갈등과 분열만 가중되고 있어 이젠 결코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우리는 국민들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을 받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사법부 수장인 김 대법원장의 결단만이 이번 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사 개인 비리가 아니라 사법행정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수사는 사법부 자체를 타깃으로 하는 전무후무한 일이라 대법원장 등 법원 측의 명시적인 수사 요청이나 고발이 없으면 검찰이 나서기 힘들다"며 "사법부에 대한 수사는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 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헌법적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사법부가 수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소모전"이라며 "(특조단 조사결과) 발표 후 20여일이 지났는데도 대법원장이 의견수렴만 되뇌이며 명시적인 태도를 내놓지 않아 사태를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 대법원장이 하루라도 빨리 현 상황을 쾌도난마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조단은 지난달 25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양승태 코트'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 등을 위해 정권에 유리한 판결들로 청와대를 설득하려 시도한 문건을 만들었지만, 아이디어 차원이었을뿐 실행되지는 않았다며 형사 처벌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결론 냈다. 이에 따라 사법권남용 의혹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소장 판사들 사이에서 형사조치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김 대법원장이 "(형사조치를 포함해) 여러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각계 의견을 종합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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