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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형사 성공보수' 여부 넓게 인정… 변호사업계 '난감'

서울중앙지법, '변형된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 여파

수사나 재판 등 사건 결과를 지켜본 다음 지급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보수 약정은 그 명칭이 '착수금'이든 '잔금'이든 간에 일응 '성공보수'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무효로 선언한 판결이 잇따라 선고되면서 변호사업계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변호사업계는 2015년 7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2015다200111)을 통해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을 무효로 선언한 뒤 수임계약 개선에 나서는 등 시스템 개선을 추진해왔지만, 일의 결과와 상관없이 순순히 목돈인 수임료를 내놓으려는 의뢰인이 드문 탓에 어쩔 수 없이 편법적인 방법으로 수임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들이 비록 1심 결론이긴 하지만, 비슷한 형태로 체결된 수임계약은 모두 분쟁에 휘말릴 우려가 있는 만큼 변호사업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나 재판의 결과는 금전적 대가와 결부될 수 없다"= 대법원은 3년전 불구속이나 보석, 무죄 등 수사나 형사재판 결과를 놓고 변호사와 의뢰인이 맺은 성공보수 약정은 모두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 판결은 사법불신의 핵심인 전관예우와 유전무죄 논란을 타파하기 위한 대법원발(發) 법조개혁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100년 동안 유지돼 오던 변호사업계의 수임료 관행을 하루 아침에 뒤집는 것이어서 변호사들의 큰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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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무효라고 판단한 이유는 수사나 재판의 공공성 때문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구속영장청구 기각이나 보석 석방,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 등과 같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변호사의 변론활동이나 직무수행 그 자체는 정당하다 하더라도,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민법 제103조가 규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또 "특히 형사절차는 판사와 검사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있어 변호사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이라는 결과를 거두기 어려운데도, 성공보수금을 주고 받게 되면 정당한 결과마저 다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에 따른 왜곡된 성과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며 "법률지식이 부족하고 소송절차에 대한 경험이나 정보가 없는 다수의 의뢰인은 당장 눈앞의 곤경을 피하기 위해 과다한 성공보수를 약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 등 각종 사회적 폐단과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02단독 강영호 원로법관이 최근 잇따라 선고한 2건의 판결(2017가소7400673, 2018가소376)은 이 같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성공보수 약정에 해당하는 범위를 넓게 본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형사재판은 공익적 차원의 판결이고, 수사 역시 검찰의 공적인 판단임에도 여전히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에서 편법적으로 금전적 대가와 결부돼 마치 거래 대상처럼 통용되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 같은 풍토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오해를 피하려면 판결이나 검찰 처분 전에 수임료를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현실 무시… 사적자치에 대한 과도한 침해"= 하지만 변호사들의 불만은 크다. 현실을 무시한 판결이라는 것이다. 사적자치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대형로펌과 달리 '시간제 보수 약정(타임차지, Time charge)' 방식을 쓰기 어려운 중소로펌이나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는 변호사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형로펌이 아니면 대부분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처럼 '보수를 계약금과 잔금 형태로 나눠 계약금은 수임계약 체결과 동시에 받고, 나머지는 판결 선고 시점 등 일이 마무리 된 뒤에 잔금으로 받는 형식'을 취하거나 '처음 수임계약을 할 때 높은 금액의 보수를 받고 판결 선고 결과 등 일의 결과에 따라 일부 금액을 의뢰인에게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형사사건을 수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의뢰인들이 이번 1심 판결을 근거로 모두 잔금을 주지 않겠다고 버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대형로펌은 타임차지 체계가 잡혀 있지만 3~4명 규모의 법무법인이나 작은 사무실에서 타임차지를 하겠다고 하면 어떤 의뢰인이 받아들이겠느냐"며 "거액의 성공보수를 약정한 것도 아니고 이번 판결은 지나치게 사적자치의 원칙을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도 "일 처리 결과야 어떻든 나는 책임지지 않는다며 판례가 이러니 변호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수임료를 내라고 하면 의뢰인들이 이해를 하겠느냐"며 "앞으로 어떻게 수임계약을 체결해야 의뢰인도 잃지 않고, 법적인 문제도 없을지 난감할 따름"이라고 했다.

 

형사사건 보수 체계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원점에서부터 재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앞으로 형사사건을 맡는 변호사들의 사기가 더욱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며 "적정한 보수 체계에 대해 변호사업계에서 다시금 치열하게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측면도 없지 않다"면서 "의뢰인과 변호사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새로운 보수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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