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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변호인 수임료 약정하며 잔금 지급은 '판결 선고 시'로 했다면

형사사건에서 금지되는 성공보수에 해당돼 무효

최근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보수를 여러 차례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판결 선고시'에 지급하는 보수는 '착수금'이나 '잔금' 등 그 명칭에 상관 없이 성공보수에 해당하므로 무효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5년 7월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5다200111) 선고 이후 변형된 변호사 보수 약정들의 효력 유무와 관련한 첫 하급심 판결로 변호사업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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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1002단독 강영호 원로법관은 A변호사가 B씨를 상대로 낸 금전지급청구소송(2017가소7400673)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강 원로법관은 사법연수원 12기 출신으로 법원도서관장과 서울서부지법원장, 특허법원장 등을 지냈다.

 

A변호사는 2016년 11월 B씨로부터 변호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임계약을 체결한 뒤 B씨의 1심 변호를 맡았다. 당시 두 사람은 수임료와 관련해 △기본보수를 3580만원으로 하되, 이 가운데 절반인 1790만원은 '계약금'으로 수임계약 체결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인 1790만원은 '잔금'으로 이 사건 위임사무 종료시(당해 심급 판결 선고시)에 지급하기로 했다. 또 △사건 수임 및 수임 사무에 관한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협의해 잔금 액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본건 위임사건의 결과에 관계없이 성과(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도 수임계약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1심 판결 후 B씨가 변호사 보수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A변호사는 B씨와 B씨가 대표로 있는 C사를 상대로 잔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B씨 측은 "잔금 지급 약정은 대법원 판례가 금지한 성공보수약정을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탈법적인 행위이므로 무효"라고 맞섰다. 강 원로법관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강 원로법관은 판결문에서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은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염려가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을 보면) 잔금 지급 약정이 당해 심급 판결 선고시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고 잔금 지급 액수도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협의해 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이는 판결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성공보수 약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비록 위임계약에 '본건 위임사건의 결과에 관계없이 성과(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해도 성공보수 약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잔금의 성격을 규명해 그것이 수사나 형사재판의 결과와 결부되어 있다면 이는 성공보수 약정이 되는 것"이라며 "A변호사가 진정으로 잔금을 받기로 했다면 판결 선고 전에 지급받는 것으로 약정했어야 한다. 선고 결과를 보고 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는 명칭과 규정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성공보수 약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강 원로법관은 또 최근 C변호사가 D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소송(2018가소376)에서도 성공보수 약정이라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C변호사는 2017년 2월 D씨로부터 "아들의 강제추행 사건 변호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건을 수임했다. 변호사 보수는 '착수금'으로만 1250만원을 정했다. 다만 이 착수금을 2회로 분할해 1차로 550만원은 '수임 계약시'에 지급하고 나머지 700만원은 '사건 종료시'에 지급하는 것으로 약정했다. 여기에 무죄나 무혐의가 아닐 때에는 2차 착수금 700만원을 모두 D씨에게 반환하고, 기소유예일 때는 그중 300만원만 반환하는 조건을 달았다. 

 

C변호사는 1차 착수금 550만원을 받고 변호를 시작해 검찰에 의견서 등을 제출했다. 3개월 뒤 D씨의 아들은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C변호사는 D씨에게 약정대로 400만원을 달라고 했지만, D씨는 "착수금 2회 지급 약정은 성공보수를 받기 위한 탈법적인 행위이므로 무효"라고 거부했다.

 

강 원로법관은 앞선 사건과 같은 이유로 D씨의 손을 들어줬다. 강 원로법관은 판결문에서 "2회 착수금 지급 약정은 수사나 재판 결과에 따라 지급된다는 점에서 수사나 재판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성공보수 약정"이라며 "비록 착수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도 착수금의 성격을 규명해 수사나 형사재판의 결과와 결부돼 있다면 이는 성공보수 약정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강 원로법관은 D씨가 "기소유예 처분이 있기 한달여 전 C변호사와 위임계약을 해지했으므로 1차 착수금으로 지급한 550만원도 돌려받아야 한다"며 낸 반소는 "C변호사가 착수금을 받고 위임계약 해지 전 변호인 의견서 작성 등 위임업무를 수행했으므로 반환을 구할 수 없다"면서 기각했다.


법원 관계자는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인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적극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변호사 보수 약정에 엄정한 기준을 적용한 판결"이라며 "수사나 형사재판의 공공성을 강조한 것으로 변호사업계도 이 같은 편법적인 수임계약 풍토는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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