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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직권남용’ 구체적 판단 기준 정립 나섰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본격화된 지난해를 기점으로 폭증 추세를 보이면서 2017년 한해에만 같은 혐의로 고소·고발된 공무원 수가 무려 7879명에 달하는 등 '직권남용죄 범람 시대'를 방불케 하는 가운데<본보 2018년 5월 14일자 1면 참고>, 검찰이 최근 관련 법리를 망라한 '직권남용 백서'를 만들어 주목된다. 사실상 판단 기준 정립에 나선 셈인데, 검찰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직권남용죄 적용에 대한 법해석 기준이 분분한데다 이전까지는 적용된 사례도 별로 없는 사실상 '잠든 범죄'였던 탓에 관련 판례도 많지 않아 일선 검사들이 법리 판단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법조계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직권남용죄 적용의 남용' 현상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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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형사부(부장 이성윤 검사장)는 최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해설(법리 및 판례 중심)'을 발간하고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120쪽 분량의 이 해설서는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 일반과 유형별 유·무죄 사례 해설 등으로 구성됐다.

 

대검 관계자는 "최근 실무상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 성부가 자주 문제가 되고 있어 구성요건과 법률적 쟁점, 주요 사례 등을 전파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앞으로 더 자세하게 판례와 자료를 분석해 정식 책자로도 발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설서에 따르면, 형법 제123조에 규정된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대상으로)', '의무 없는 일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된다. 


특히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직권의 행사에 '가탁(假託)하여' 실질적·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대법 90도2800)이다. '가탁'은 거짓 핑계를 대거나, 핑계 삼는다는 뜻으로 조금 생소한 일본식 표현인데, 결국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안의 행위인 것처럼 빙자해 꾸며내는 일로 대략 풀이된다.


대검은 해설서에서 행정기관 내부에서 정당한 지시조차 꺼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취지의 판례도 소개했다. 법조계에서는 공무원들이 직권남용으로 고소·고발될 우려에 시달리면 복지부동은 물론 창의적인 행정업무의 고사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검은 해설서에서 "상급자가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실무자로 하여금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한 경우 이는 상급자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아 원칙적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2010도13766)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개발 허가와 관련해 서장원 전 포천시장이 실무담당자에게 위법·부당하게 개발허가를 내주도록 지시해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무죄가 확정된 사건도 소개했다. 당시 1심을 맡았던 의정부지법은 "설령 이 사건 개발허가가 위법·부당한 처분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지시는 실무담당자로 하여금 자신의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것일 뿐이므로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2015노1366)했으며,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위법한 지시를 내렸더라도 결국 자신의 업무를 보조하게 하는 행위라면 원칙적으로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실무자에게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평정권·전결권 등)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상급자가 실무자에게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해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고 직권남용죄가 성립된다고 판시(2010도13766)했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몇 년 전에는 뇌물죄나 공문서 위조 등 다른 혐의와 함께 묶어 직권남용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직권남용 단독으로 적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법리적인 부분에 대한 더 깊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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