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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

아일랜드 국민투표서 '낙태금지' 헌법조항 35년만에 폐지 결정

인구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엄격한 낙태금지를 규정한 헌법조항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일랜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낙태 허용을 위한 헌법 개정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이같은 내용의 투표결과를 발표했다. 

 
유권자들은 이날 예외가 거의 없는 낙태금지를 규정한 1983년 수정헌법 제8조의 폐지 여부를 놓고 투표를 했다. 

 

임신부와 태아에게 동등한 생존권을 부여하는 이 조항 등에 따르면 아일랜드에서는 낙태를 할 경우 최대 14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수정헌법이 발효된 이후 약 17만명의 임신부가 영국 등에서 '원정낙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40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이번 국민투표에서 낙태금지 헌법 조항 폐지에 '찬성' 66.4%, '반대' 33.6%로 집계됐다. 총 336만명인 아일랜드 유권자 중 64.1%가 이번 국민투표에 참가했다.


다만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아일랜드에서 당장 여성의 낙태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번 투표 결과를 토대로 '임신 12주 이내 중절 수술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고, 12∼24주 사이에는 태아 기형이나 임신부에 건강 또는 삶에 중대한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조만간 하원에 제출한 뒤 올해 내 관련 법안처리를 마무리하고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임신부는 중절수술을 하기 전 사흘간의 시간을 두고 재고할 수 있는 숙고기간을 갖는다. 의료진은 중절수술이 자신의 개인적 신념 등과 배치될 경우 다른 의사에게 환자를 맡길 수 있다.


한편 아일랜드는 지난 2015년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으며,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지난해 총리 선출 당시 2018년 낙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했다. 


유럽 국가 상당수는 상당 기간 이내까지는 본인의사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임신 16주까지, 스웨덴은 18주까지, 네덜란드는 22주까지 낙태를 허용한다. 다만 유럽국가 중에서도 몰타는 어떤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고 있으며, 폴란드와 키프로스에서는 산모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나 태아 기형·성폭행·근친상간 등에 한해서 중절수술이 가능하다. 영국은 의사 두 명의 동의 아래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만, 임신 24주 이후에는 산모 건강·심각한 기형 등의 예외사유에 한해서 중절수술이 허용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낙태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관련법을 두고 헌법소송이 진행 중이다.

헌법재판소(소장 이진성)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재동 청사 대심판정에서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2017헌바127)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헌재가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는 것은 2012년 8월 '동의낙태죄' 규정이 합헌이라고 결정(2010헌바402)한 후 5년 8개월 만이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우리 형법 제269조 1항은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동의낙태죄'인 형법 제270조 1항은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A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심 재판을 받던 중 법원에 형법 제269조 1항과 제270조 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줄 것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지난해 2월 헌법소원을 냈다. 


공개변론에서 A씨 측은 "자기낙태죄는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과 임부의 건강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동의(의사)낙태죄 역시 의사에 의한 낙태를 가중처벌해 평등원칙에 위반되고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모든 태아에게는 동일한 생명권의 주체성이 부여되고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서도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모자보건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낙태시술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