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스쿨 10년 성과와 과제

[로스쿨 10년 성과와 과제] ② 커리큘럼 개선

辯試에만 치중… 실무·기초법학 과목은 뒷전으로

로스쿨이 개원 10년만에 1만884명의 법조인을 양성하면서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법조계의 외연을 확장하는 한편 기존 법조계 카르텔을 깨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등 많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한계점도 노정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변호사시험이다.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이수하면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으로 운영되어야 할 시험이 인위적인 합격률 고정(입학정원 대비 75%) 등으로 인해 기존 사법시험과 다름없이 사실상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면서 '변시 올인(All-In)' 현상을 초래해 로스쿨 교육이 황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법조인을 교육·양성하기 위한 '다양화·전문화·특성화 교육'이라는 출범 당시의 꿈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특히 교육은 물론 학습의 초점이 모두 '기-승-전-변시통과'에 맞춰지다 보니 졸업 후 현장에서 바로 필요한 실무능력도 제대로 배양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변호사시험 합격 후 의무실무수습(6개월)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지만 기존 사법연수원(2년) 체제에 비하면 사실상 실무능력 배양은 새내기 법조인의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맡겨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142735.jpg

 

◇로스쿨 실무교육 형해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기본 이념을 고려할 때 이론교육과 함께 실무교육은 필수다. 하지만 변시 올인 현상이 지속·강화되면서 정작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교육은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민사집행법과 행정절차법 등 송무 관련 주요 절차법 상당수는 물론 각 대학이 저마다 내세웠던 국제법무·기업금융 등 특성화 교육과목도 변호사시험 과목에 밀려 '전공필수 과목'에서 빠진 채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이고, 그나마 수강생이 적어 폐강되기도 한다. 로스쿨생들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무료 법률상담 등을 하며 실무능력을 기르는 과정인 리걸클리닉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지 않은 로스쿨이 많다. 이러는 사이 학생들은 변시 합격을 위해 방학 때면 신림동 학원가로 몰려가거나 온·오프라인 변시 과목 특강에 매달린다.


민사집행법·행정절차법 등

'전공필수' 과목에서 빠져

 

상황이 이런데도 개선책 마련은 꼬이고만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업계에서는 로스쿨 실무 교육 강화를 위해 로스쿨 실무 교원 비율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이론 교수들의 반발과 '변호사 밥그릇 챙기기'라는 오해의 시선 속에 한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법원행정처가 로스쿨 실무교육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국선변호를 중심으로 한 리걸클리닉 추진 방안도 로스쿨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반대로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본보 2017년 5월 18일자 3면 등 참고>. 이 방안은 로스쿨 교수들 중 변호사 자격을 가진 명망 높은 교수들이 한 학기당 1~2건의 국선변호를 맡고 학생들이 교수의 활동을 보좌하는 내용이었다. 실무교수들의 현장 감각을 유지하는 한편 로스쿨 재학생들이 형사 변호실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자 공익적인 활동을 통해 대국민 사법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지만, 교육부는 '변호사는 보수를 받는 공무원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제38조 1항과 '사립학교 교원의 복무에 관하여는 국·공립학교의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한 사립학교법 제55조 1항 등을 근거로 국·공립대는 물론 사립대 로스쿨 교수도 변호사 활동을 겸임할 수 없다면서 반대했다. 그러다 지난달 법무부가 교육부에 교수들의 국선변호 리걸클리닉 활동이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나서야 겨우 다시 물꼬가 트였다. 법원행정처는 법무부의 의견 회신 취지대로 이 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최근 교육부에 재요청했다.

 

법원과 검찰이 현직 판·검사들을 실무 교원으로 파견해 재판이나 검찰 실무 교육 일부를 담당하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실무수습처를 찾지 못한 새내기 법조인을 위해 6개월간 단체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커리큘럼 개선 위한 논의 시급"=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로스쿨에서 3년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도 실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사회로 진출하게 되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사정이 이렇다면 실무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밥그릇 싸움처럼 비춰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로스쿨 강의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법원과 검찰, 대한변협은 물론 로스쿨 교육 주무부처인 교육부 등 관련기관들이 더 적극적으로 로스쿨 지원에 나선다면 실무교육 부족 문제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하는 로스쿨생들의 열의를 기성 법조인이나 사회가 제대로 지원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법철학·법사상사·법사회학 등

무관심 속 '고사 위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연구소·아시아태평양법연구소는 4일 발표한 '로스쿨 10년의 성과와 개선방향' 연구보고서에서 "로스쿨 실무교육 개선 방안은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의 관점에서 그리고 법률시장의 소비자 관점에서 바람직한 실무교육의 주체와 내용, 시기, 방법론 및 평가방식을 전체 교과과정의 체계 속에서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면서 "로스쿨 교원에 의한 교육과 외부 실무가에 의한 교육 및 그 절충안의 장·단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민형사재판실무· 검찰실무 등 현재 제공되고 있는 실무교육 과목들의 필요성과 재편 가능성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개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또 이 보고서에서 특성화 교육과 관련해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학생 각자의 관심과 희망 경로에 따라 '수강과목-실무실습-학회활동' 등의 교과 외 활동·취업 간 일련의 유기적 경로를 개발하고 학생들에게 진로 및 취업 지도시 관련 정보와 함께 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기초법학 외면도 문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변호사시험 과목이 아닌 법철학과 법사상사, 법사회학 등 기초법학(이론법학)은 무관심 속에 고사 위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 법학 전반을 아울러 법 원리를 살피고, 어떻게 법을 이해하며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한편 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미래를 제시하는 이론 법학의 정수이지만, 명맥을 이을 후학조차 찾기 힘들어 학문 후속세대가 단절될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로스쿨 재학 중에는 시험 합격에 대한 압박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기초법학을 수강할 엄두도 못 냈던 것이 사실"이라며 "동료들이나 후배 로스쿨생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텐데, 막상 변호사가 되고 나니 왜 기초법학 수강 등을 통해 '리걸마인드(Legal Mind)'를 심화하는데 소홀했는지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이론과 실무교육의 양립 위한

교과과정 재검토 절실


한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교과과정이 필수과목과 선택과목, 선택적 필수과목 등으로 정비되어 있지만 변호사시험에 치중하느라 기초법학 분야에 대한 교육은 미흡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기초법학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과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서는 로스쿨과 일반대학원(법학과)에서의 법학교육을 유기적·생산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로스쿨과 일반대학원 각 과정의 학생들이 일정 조건 하에서 각자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동일한 수업을 수강하고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변호사시험 개선과 로스쿨 커리큘럼 개선을 종합적으로 논의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법학을 공부하고 실무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시험 통과를 위한 단기적인 기술을 연마하는 데만 천착하도록 강요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이론교육은 물론 실무교육도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수연·이순규 기자>

카카오톡
  • 카카오톡
  • 리걸에듀

    기자가 쓴 다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