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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은 내 안의 또다른 나"…日법원, '해리성 정체성 장애' 이례적 인정

일본 법원이 절도죄로 기소된 30대 여성의 "범인은 자신 안의 다른 인격"이라는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는 항소심 판결을 내렸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도쿄(東京) 고등재판소는 이날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여성 A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몸 안의 별도의 인격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인정하고 형사책임 능력을 제한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본래 자신이) 좋아하지 않은 상품을 훔치고 범행 (당시) 기억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인격'의 범행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A씨에게는 인격의 교체가 반복돼온 점, 그의 책임능력이 한정적인 점 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훔친 물건 중에는 원래 사려고 했던 식품도 포함돼 있다"며 "A씨가 주장하는 다른 인격이 A씨의 본래 인격과 전혀 다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7월 시즈오카(靜岡) 시내의 3개 점포에서 33만엔(약 328만원) 상당의 화장품과 의류 등 물품 139점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질병의 일종인 해리성 정체성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DID)를 앓고 있으며, 범행을 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다른 인격인 '유즈키'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 당일 유즈키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반복적으로 의식을 잃었고 (훔친 물건인) 민소매 원피스와 립스틱에는 흥미가 없다"며 물건을 다시 돌려주지 않은 이유로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까 봐 걱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판에서 자신의 몸 안에 유즈키를 포함해 모두 4명의 인격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흔히 '다중인격'으로 불리는 DID는 정신적 충격을 계기로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워하고 때로는 자신이 복수의 인격으로 행동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이 병을 앓으면 다른 인격이 등장할 때 본래의 인격은 기억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언론은 이 병에 대해 학대 등 가혹한 경험을 스스로에게서 떼어내려는 심리적인 방어반응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1심은 지난해 7월 "진술이 부자연스럽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2심을 맡은 도쿄 고등재판소는 A씨가 새로 제출한 증거인 사건 발생 7년 전의 일기장에 주목했다. 일기장에는 A씨가 주장한 다른 인격인 유즈키에 대한 기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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