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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권재판소 "스페인 국왕 사진 태운 건 표현의 자유"

스페인 국왕 부부의 사진을 불태운 카탈루냐 출신 분리주의자의 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유럽인권재판소(ECHR)의 판결이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입헌군주제를 택하고 있는 스페인에서 왕실모독은 중죄에 해당하고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여지도 있지만, 소셜미디어와 카탈루냐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와 왕조에 반대하는 의미를 담은 '왕실사진 훼손시위'가 번지면서 표현의 자유 인정여부가 주목받았다. 


앞서 후안 카를로스 1세 당시 스페인 국왕은 지난 2007년 9월 카탈루냐 북동부 지로나시(市)를 방문했다. 카탈루냐 출신 엔릭 스테린과 하우메 로우라는 당시 국왕 부부의 모습을 위아래로 뒤집은 실물 크기 사진에 불을 지른 혐의(왕실모독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스페인 법원은 이들에게 왕실모독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5개월을 선고하고 추후 벌금 2700유로(약 360만원)로 감형했다. 두 사람은 벌금형에 반발해 사건을 스페인 헌법재판소에 가져갔지만 심의가 거부되자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했다. 


유럽인권재판소 재판부는 만장일치로 "두 사람의 행위는 왕실모독이나 테러행위의 일종이 아닌 카탈루냐를 점령한 국가 기구와 그 공권력의 수장이자 상징으로서의 국왕에 대한 맹렬한 비난인 것으로 보인다"며 "스페인은 두 사람에 대한 벌금을 배상하고 소송비용 등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두 사람이 사진을 불에 태운 것이 스페인 국왕 개인을 모욕하기 위한 개인적 공격이 아니었다"며 "증오나 폭력을 선동하는 것으로 합당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독립을 선포한 상황에서 나온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왕실사진 훼손시위는 지난해 말 카탈루냐가 분리독립 시도 드라이브를 걸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카탈루냐 좌파 진영 민중연합후보당(CUP)은 지난해 왕실사진을 불태운 시위대가 기소되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6세의 사진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카탈루냐 자치의회는 지난해 2017년 10월 독립 선포안을 의결하고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카탈루냐 공화국'을 건국했다. 카탈루냐에 자치국가가 세워진 것은 이번이 5번째로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같은해 11월 스페인 정부가 제기한 카탈루냐 독립 선포안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원천무효인 위헌결정을 내렸다. 우리나라, 미국,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는 이 지역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한편 NYT는 스페인에서 번지고 있는 왕실사진 훼손시위에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도 적용될 수 있는데, 1995년에 제정된 스페인 테러방지법이 최근 대폭 강화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난 2015년 기존 테러방지법 최대 형량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관련 법안을 대폭 강화했다. 현지에서는 다수 소셜미디어 사용자와 예술인 등이 테러방지법 위반혐의로 기소되면서 테러방지법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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