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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이행 소송 도입’ 행정소송법 개정 다시 추진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행정소송법 개정안 대표발의

행정청의 부당한 처분으로 권리를 침해당한 국민의 권리구제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행정소송 유형인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기 위한 입법이 다시 추진돼 주목된다. 행정법 전문가들은 "국민과 행정청 사이의 분쟁을 발본적·일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의무이행소송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8일 의무이행소송 도입을 골자로 하는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의무이행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거부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해 법원이 행정청에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처분을 내리도록 판결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행정청의 거부처분에 대해서는 취소소송이나 부작위위법확인소송만 인정돼 법원의 취소판결이 있더라도 행정청이 이를 무시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달리 판결 취지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예컨대 구청이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거부할 경우 법원에 행정소송을 낼 수 있지만, 법원이 민원인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구청이 이를 무시하고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도 민원인의 신청을 받아주도록 강제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되면 법원이 구청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받아들이라고 판결할 수 있게 돼 당사자의 권익이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은 행정청의 거부처분이나 부작위가 위법한 경우 의무이행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때 거부처분은 함께 취소된다. 의무이행판결은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 행정청에 대해 기속력을 가지며, 행정청이 의무이행판결에서 부과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지연기간에 따른 배상이나 즉시 배상 등 간접강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채 의원은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되면 한 번의 소송으로 행정청의 의무이행까지 요구할 수 있게 돼 신속하고 효과적인 권익구제가 가능해진다"면서 "기초생활수급 신청 외에도 산업재해 급여, 신축건물 인·허가, 공공기관 정보공개 청구 등 다양한 분야의 민원에 대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무이행소송 도입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대법원이 2002년 행정소송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해 처음 논의를 시작한 때로부터 계산하면 무려 16년이나 지났다. 2007년 11월 법무부는 의무이행소송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행정소송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대통령선거와 예산안 처리 등 정치적 현안에 밀려 단 한 차례도 심의되지 못한 채 17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18대 국회에서는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19대 국회에서는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슷한 취지의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11년 법무부는 각계 전문가 14명으로 행정소송법개정특위를 구성해 의무이행소송 도입 등을 포함한 정부안을 만들어 2012년 입법예고를 거쳐 2014년 법제처 심사까지 마쳤지만 더 이상의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박태준(51·사법연수원 22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지금은 신속한 권리구제가 필요하더라도 행정청의 재처분을 기다려야 할 뿐만 아니라 재처분이 구제에 적합치 않으면 다시 행정소송을 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법원이 바로 의무이행판결을 내릴 수 있게 되면 당사자들의 권리구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2013년 법무부안이 입법예고된 이후 행정부처들이 행정권 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정부 내에서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행정부는 '사법부가 행정청에게 작위의무를 명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독일, 프랑스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미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된 상태인 만큼 국회가 이 문제를 조속히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014년 김민기 의원안에 대한 검토의견서에서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게 되면 분쟁을 신속하고 일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당사자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으며 반복적인 소송을 방지할 수 있다"면서 법안 취지를 타당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특히 "행정소송의 전심절차에 관한 행정심판법에서도 의무이행심판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데,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되면 전심절차와 소송절차 사이의 균형도 도모할 수 있다"며 당시 법무부와 서울지방변호사회도 같은 의견이라고 명시했다.


2016년 대법원 행정재판 발전위원회도 "30년 이상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행정소송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의무이행소송과 가처분 제도 도입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었다. 


특히 지난해 2월 박영수(66·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청와대 압수수색에 실패한 뒤 서울행정법원에 청와대의 압수수색검증 영장 집행 불승인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2017아460)을 냈을 때 법원은 특검의 신청을 각하하면서 "현행 행정소송법은 의무이행소송을 인정하지 않아 법원이 피신청인(청와대)에게 승낙을 하도록 명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법 개정을 통해 의무이행소송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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