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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렇습니다

[그건 이렇습니다] 스포츠 즐기다 부상… 배상책임, 종목 따라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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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포츠를 통해 건강을 챙기고 취미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경기 도중 부상을 입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요, 종종 소송으로 비화되기도 합니다. 법원 판례 경향을 살펴보면 부상 정도에 따라 가해자의 책임비율이 증감된다기 보다는 종목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태권도와 권투, 축구, 농구 등 신체 접촉이 빈번한 운동을 자발적으로 하다 다쳤다면 사고를 유발한 상대방에게 배상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테니스와 골프, 배드민턴 등과 같이 신체 접촉이 없는 종목에서는 혼자서 무리한 동작을 하다 다친 경우가 아니라면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태권도와 권투 등과 같이 상대방에 대한 가격이 주로 이뤄지는 형태의 운동경기나 다수의 선수들이 한 영역에서 신체적 접촉을 통해 승부를 겨루는 축구나 농구 등의 운동경기는 경기 자체에 내재된 부상의 위험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므로 상대방이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행동을 했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2011다66849).

 

최근 서울중앙지법도 축구경기를 하다 다쳐 벌어진 소송에서 이 같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원고패소 판결을 선고했습니다(2017가단5025195). 

 

축구동호회에서 골키퍼를 맡고 있던 A씨는 2015년 3월 서울 노원구 불암산 축구장에서 골문 앞 패널티 에어리어 부근에 있던 상대팀 공격수 B씨와 공중볼을 다투다 오른손을 발로 차여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A씨는 "B씨가 거친 플레이로 심판으로부터 여러 차례 주의를 받았는데도 위험한 행동을 계속했다"며 "내가 두 손으로 공을 잡았는데도 B씨가 무리하게 발로 찼다"고 주장하며 B씨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현대해상을 상대로 "4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A씨가 입은 상해는 공중볼을 점유하기 위해 상대팀 공격수와 경쟁하던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했다"며 "축구경기에서 골키퍼에게 일어날 수 있는 전형적인 사고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대팀 골키퍼와 공중볼을 다투면서 공을 향해 발을 뻗거나 킥을 하는 행위가 축구경기에서 금지되는 반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B씨가 고의로 A씨의 손을 찼다거나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함으로써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사고가 개인적인 동호회가 아닌 사내 축구동호회 경기 도중에 일어났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월 사내 축구동호회 경기중 다친 최모씨 사건에서 "최씨가 참가한 축구경기는 사회통념상 노무관리상 필요에 의해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주최하거나 관행적으로 개최된 행사로서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였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최씨의 부상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2017구단8166).

 

이와 달리 법원은 테니스와 골프, 배드민턴 등과 같이 상대방이나 동료와 신체 접촉이 거의 없는 종목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책임을 상대적으로 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C씨는 지난 2015년 7월 경기도 용인시의 한 파3 골프장 7번 홀 그린에서 퍼팅을 준비하다 1번 홀에서 날아온 공에 왼쪽 눈을 맞았습니다. 1번 홀에서 플레이하던 D씨가 잘못 친 공이었습니다. C씨는 이 사고로 맥락막 등이 파열돼 시력장애로 24%의 노동능력을 상실했다는 판정을 받자 D씨와 골프장을 상대로 "3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수원지법은 지난 10월 "D씨 등은 2억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2017가합12755). 재판부는 "골프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이 다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 규칙을 준수하고 주위를 살필 주의의무가 있다"며 "D씨는 골프 경력이 길지 않아 자신이 친 공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었고, 이용요금이 저렴하고 경기보조원의 도움이나 조언 없이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 골프장 상황을 고려해 안전에 주의를 더 기울였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테니스나 배드민턴도 비슷합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테니스 연습을 하다 친 공에 옆에서 연습하던 사람이 맞아 다쳤다면 7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또 "배드민턴 복식경기 중 파트너의 라켓에 맞아 눈을 맞아 실명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6000여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변호사는 "골프, 테니스 등과 같이 신체적 접촉이 예정돼 있지 않은 경기는 동반자가 경기 중 일어나는 사고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부상이 심할 경우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소송까지 가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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