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인터뷰

[인터뷰] "사법행정에 대한 신뢰회복 급선무… 행정처 시스템도 재정비"

김소영 신임 법원행정처장에 듣는다

119840.png

 


"사법부가 여러가지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여성으로서의 강점을 잘 살려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통해 법원 전체 구성원들의 의사가 사법행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9일 여성으로서는 사법 사상 최초로 법원행정처장에 취임한 김소영(52·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은 20일 본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섬세함과 따뜻함, 포용력 등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신임 처장이 풀어나가야 할 법원 상황은 녹록치 않다. 대법원장 교체기인데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축소 외압 의혹 사건으로 촉발된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으로 법원 내에서 개혁 요구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고, 이 과정에서 구성원간 갈등이 빚어지는 등 내홍 조짐마저 있다. 법원 밖에서는 국회 개헌 논의 과정에서 법관 인사 등 사법행정권한을 사법부로부터 완전히 분리시켜 새로운 독립기구인 '사법평의회'에 맡기는 파격적인 방안이 제시돼 파장이 일고 있다. 머지 않은 시점에 국회에 사법개혁특위가 설치돼 사법부가 또다시 개혁의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문제는 

이해와 대화 부족으로 불거져

 

김 처장은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 설 수 밖에 없다. 김 처장 역시 이 문제를 사법부 최대 현안으로 꼽았다.

 

"잘 아시다시피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문제가 대두되어 있지 않습니까. 빨리 사법행정시스템을 재편해서 사법행정에 대한 법원 구성원들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앞으로 계속 연구해봐야겠지만, 사법행정 본연의 역할은 결국 재판 지원 업무에 있는 만큼 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행정처 시스템도 재구성 하려고 합니다."

 

김 처장은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제가 크게 불거진 것은 이해와 신뢰, 대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소통을 강조했다. "중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돼 결론을 냈고,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심의를 해 결론을 냈습니다. 진상조사위에 제출된 문건외에는 다른 파일이 있다는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는 결론이었지요. 다만 아직 이에 대해 의혹을 가진 법관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좀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분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적극 협조·지원

판사 근무여건도 개선 

 

김 처장은 전국법관 대표회의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국법관 대표회의는 법관들이 자율적으로 대표를 뽑아 구성한 단체입니다. 법원행정처의 역할은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회의와 논의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고 지원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국법관 대표회의가 전국 일선 판사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설문조사에서 기술적 지원 등을 요청해 행정처가 협조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 과정에서 빚어진 구성원 간 갈등에 대해 합일점을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소통'과 '화합'을 재차 강조했다.

 

"3000명이 넘는 법관이 어떻게 똑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겠습니까.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어떤 현안이 생겼을 때 찬반 양론이 생기고 이를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합의안이 나왔을 때 상호이해가 증진되는 것입니다. 이번 사안도 결국 그런 과정의 하나입니다. 이 과정을 거쳐 서로간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자연히 갈등은 해소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합니다. 본인의 입장을 솔직히 다 피력하면서 논의를 했으면 합니다. 일을 무조건 빨리 덮는 방향으로 해결하면 같은 문제가 다음에 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논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김 처장은 국회 개헌특위 논의 과정에서 제시된 사법평의회 신설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사법부 독립 저해 우려"… 

국회 '사법평의회' 신설안 반대 

 

"사법평의회에서 사법행정 전반을 다룬다고 하지만 결국 핵심은 법관인사권을 사법평의회가 갖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현재에도 법관들이 인사권을 가진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고 영향을 받는다는 비판이 일부 있습니다. 그런데 사법평의회에서 인사권을 가지면 더 큰 문제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사법평의회 구성은 결국 정치권에서 좌우를 하게 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정치가 재판에 관여하는 통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판이 정치권의 입김을 받게되면 사법부 본연의 역할인 소수자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는 측면이 상당히 약화될 것입니다. 이는 사법부의 존립 기반까지 흔들 수 있는 일입니다."

 

김 처장은 일선 법관들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현행 인사제도에 대한 개선을 추진할 뜻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인사 문제가 최근 급박하게 수면위로 떠오른 배경에는 평생법관제가 있습니다. 평생법관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정착되면서 종전의 승진제도 등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인사제도는 굉장히 예민한 문제입니다. 30년 이상 근무하신 원로법관들부터 이제 막 임명장을 받은 신임법관들까지 각자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체 법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신중하게 개선해야 합니다. 한번 인사제도를 바꾸면 또다시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인사제도 개선의 성공을 위해서는 먼 미래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인사제도를 고치면 결국 재판 제도도 수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재판을 받는 국민들의 입장도 많이 반영해야 합니다."

 

격무에 시달려 일·가정 양립 문제로 고민하는 판사들의 근무 여건 개선도 약속했다. 김 처장은 "여성법관으로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 일과 가사,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었다"며 "세월이 많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여성법관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일과 육아의 병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관들에게 육아가 많은 부담이 되는 것은 결국 업무가 과다하기 때문"이라며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측면에서의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국민과 법원 구성원들에게 "믿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법원 구성원들께는 '지금 당장은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어렵다고 느끼실테지만 그래도 서로 믿음을 가지고 화합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니겠습니까. 그렇게해야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들께는 지금 당장은 법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 주십사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잘 화합해서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법부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기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해 주십시오. 경청하겠습니다."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