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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법학계 마당발…정용상 한국법학교수 회장

"법학교육 정상화 방안은 우선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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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창립된 한국법학교수회는 전국 1500여명의 법학교수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한국 법학계 대표단체다. 지난해 11월 한국법학교수회 제13대 회장에 당선된 정용상(62) 동국대 법대 교수는 1993년 교수회 사상 최연소(38세) 이사로 임원진에 합류한 후 사무차장과 상임이사, 사무총장, 감사, 부회장, 수석부회장 등을 지냈다. 특히 사무차장을 맡은 이후 무려 16년간 사무국을 직접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사무실 주소가 교수회 사무국 주소가 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임기 시작 이후 지난 반년간 "무너진 법치주의 재건에 법학계가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법학계의 소통과 통합을 기반으로 법조계, 나아가 시민과의 소통을 위한 협조체계 구축에 힘써왔다. 자타가 공인하는 '법학계의 마당발'인 정 회장을 지난 26일 동국대 법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지난해 11월 한국법학교수회장에 당선해 올 1월부터 교수회를 이끌고 있는 정용상(62) 동국대 법대 교수는 '교육 DNA'를 물려받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평생 교편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의 종조부(從祖父)는 민법학자이자 건국대 법대학장과 국민대 총장·대한교원연합회장 등을 지낸 고(故) 정범석 박사다. 경남 거창에서 교육자 집안의 2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중·고교시절까지 거창에서 자연친화적인 유년기를 보냈다. 

 

대학에서 교육학이나 역사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1973년 건국대 법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법시험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대신 교직과목을 이수해 중등학교 사회교사 자격증을 받았다.


교육자 집안 장남으로

고교까지 거창에서 보내


이른바 '유신학번'인 정 회장은 대학을 다닐 때 학생운동에도 나섰다. 특히 사람 끌어모으는 일을 잘 했다고 한다. ROTC(학군사관) 과정을 이수하고 특전사 전투부대 장교로 전역한 뒤에는 고려대 행정직 공개채용 1기로 합격해 7년여간 대학행정직으로 일하기도 했다. 대학행정직 근무와 동시에 건국대 대학원에 입학해 상법을 전공했고, 1987년 32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부산외대 법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16년간 한국법학교수회 사무국을 직접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자타가 공인하는 '법학계의 마당발'이 됐다. 법학교수의 이름만 대도 출신 학교와 친분 관계, 발표 논문 등이 줄줄 나올 정도다. 또 교수회 임원진을 지내는 동안 한국법학원 대의원과 이사, 부원장 등을 맡아 법원과 헌법재판소, 법무부·검찰, 대한변호사협회 등 다양한 직역의 법조인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우리나라 사법제도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었다고 한다.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행정직을 맡길 꺼리는 교수들도 많습니다. 제 경우에는 대학행정직 경험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부산외대 교수로 임용된 지 1년만에 교무과장(지금의 교무처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학이나 교수회에서도 행정업무를 많이 맡게 됐습니다."


대학원서 상법 전공…

32살 이른나이에 교수로

 

정 회장은 "우리나라 근대법학교육이 시작된 1895년 이래 법학교육은 122년 역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법학의 위기가 법치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법학교육과 법조인 양성은 단순한 법학영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는 물론 사회의 전반적인 법치주의 발전과 법문화 창달을 위한 근본인데도 법학의 위기를 방관하는 것은 엄청난 사회적·국가적 손실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로스쿨과 법대의 병존이라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효율적인 분업도, 합리적인 협업도 아닌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다보니 양쪽 모두 점점 침몰해가는 위기를 맞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로스쿨 제도 도입과 함께 학부 법학교육은 교육이념과 목표가 불분명해졌고, 학부와 로스쿨 간의 연계성도 단절돼 방향성을 상실하고 있다"며 "정부 당국은 대학평가에서 취업률만 중요시하다보니 대부분의 법대들이 대학 구조조정의 타겟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스쿨 도입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법학교육의 정상화 방안으로 우선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를 꼽았다. 로스쿨 제도가 지금의 문제점을 안은 채 시름시름 앓는 방식으로 유지돼서는 안 되고, 건강한 로스쿨 제도를 위한 장기적·종합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건강한 로스쿨' 정착 위해

종합적인 대수술 필요

 

그는 "로스쿨 제도의 본래 도입 취지에 따라 각종 통제와 규제를 자율과 경쟁으로 바꿔야 한다"며 "특히 법조인 배출 수의 논리에 매몰된 위기의 로스쿨을 구하는 길은 국가가 아닌 민간이 법조인 양성을 맡았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는 한편 로스쿨의 진입과 퇴출구조를 넓히고, 로스쿨 총정원과 대학별 정원 등 온갖 지뢰밭을 다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조인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아직도 공급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법조인은 꼭 송무만 담당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법조직역확장을 통해 기업은 물론 단체나 기관에 진출해 분쟁의 사후구제가 아닌 사전예방적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와 법학계가 법조인 선발인원을 놓고 첨예하게 다투고 있는데, 법조인 배출 수의 논쟁이 계속 되는 한 로스쿨은 희망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자율에 맡겨야 하겠지만, 법조직역 확장에 함께 한다는 전제 아래 대타협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함께 로스쿨에 들어간 학생들이 어떻게 시장을 형성할지에 대해 가칭 '법조직역 확장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법조직역 확장과 법조인 대량 양산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그는 "로스쿨 운영은 교육부가, 변호사시험 시행·관리는 법무부가, 로스쿨 관리·감독은 대한변협이 맡고 있는데, 교육부가 로스쿨 운영 권한을 가지면 안 된다"며 "로스쿨 운영 권한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넘기거나, 이 방안이 너무 혁명적이라면 판사와 검사, 변호사, 법학교수를 모두 아우르는 단체인 한국법학원에 넘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법학을 다시 세우려면 로스쿨의 전문화·특성화·다양화 교육이 가능한 여건이 마련돼야 하며, 학부 법학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로스쿨과의 연계성 확보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법학의 위기가 법치의 위기로 

이어져 엄청난 손실


"자율과 경쟁, 특성화·전문화·다양화라는 로스쿨의 상징은 변호사시험 합격의 압박 때문에 규제와 통제, 타율적이고 획일적인 교과운영을 할 수 밖에 없도록 잘못 설계됐습니다. 로스쿨 교육의 특성화·전문화·다양화를 위해서는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면 합격할 수 있는 시험'으로 변호사시험의 성격을 바꿔야 합니다. 또 법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공무원 시험 등 각종 공직 진출을 위한 국가시험 과목에서 법학과목을 확대하는 한편 법학전공자가 일정 전공학점을 이수하면 해당 시험에서 과목을 면제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합니다."

 

한국법학교수회장은 대법관·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위촉되며, 법관·검찰인사위원회 위원에 대한 추천권도 갖는다. 그는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사법부의 기득권화·특권화를 해소해야 하고, 정부로부터의 독립이나 재판·예산 등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의 선출방식에 관한 개혁도 필요하고, 사법부가 부정과 부패,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내부통제 장치를 제도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과 헌재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자격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판사나 검사, 변호사만의 '형식적 법조일원화'가 아닌 실질적인 법률관련 종사자들의 통합을 위한 이른바 '실질적 법률가 일원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을 넓게 조망하고 체크포인트를 짚어주는 것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의 역할입니다. 수십년간 법조계를 출입하면서 취재와 분석을 통해 대안을 내 온 법률전문기자들이 왜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이 되면 안 되나요. 다양한 조정·중재 등 법률상담을 해 온 법학전공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담그면 맛있는 청국장은 영영 못먹게 됩니다." 그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자격 기준을 바꾸기 위한 법원조직법·헌법재판소법·변호사법 개정안 시안을 이미 만들어뒀다"며 "적절한 때가 오면 국회에 시안을 전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안창호선생 통합정신에 감명…

'흥사단' 활동 참여

 

정 회장은 통일운동과 교육개혁 등 다양한 NGO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기업관련법, 특히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법 연구 1세대'로 활약한 그는 중국법 연구 이후 북한의 투자관계법을 연구하다가 통일법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무장투쟁을 통한 조국독립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키워 독립을 위한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조국독립의 그날까지 이념이나 사상을 초월하여 함께 열심히 나아가자'는 대공주의(大公主義)적 통합정신에 감명받은 그는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이사와 공동대표를 거쳐 2015년부터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주변의 권유 등 자의반 타의반으로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에 진보진영 후보로 출마했다가 단일후보 경선에서 아쉽게 분루를 삼키기도 했다. 그는 '교육은 교육다워야 하며 교육현장이 이념이나 정쟁 등 분열과 갈등이 아닌 소통의 장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저는 전교조의 정치화를 막기 위해서는 전교조가 나설 필요가 없도록 우선적으로 교육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진보나 보수, 양쪽에서 모두 싫어했죠. 진보 진영에서는 '보수꼴통', 보수 진영으로부터는 '급진좌파'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보수나 진보 얘기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며 "사안에 따라 내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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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2013년 내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단체인 '헬프시리아'를 만들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틈나는 대로 우리나라 외교정책방향에 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학원에서 지도하는 학생 중 시리아에서 온 유학생이 있는데, 그 친구가 제게 시리아의 비참한 인권 현실을 전해줘 시리아 어린이들의 인권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인권이란 특별한 것이 아닌 인류보편적 가치이기에 그 보호를 위한 일은 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좌우명은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이다. "교수회 선거에서 당선할 수 있었던 것은 어른들, 원로 법학자들을 잘 모셨기 때문입니다.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나쁜 것은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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