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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 美연방대법원, 판매된 제품에 대한 특허권 소멸 원칙 적용 확인

진욱재 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미국 뉴욕 베이커바츠 로펌(Baker Botts L.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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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 현지 시각으로 5월 30일 The first sale doctrine (‘최초 판매 원칙’)에 관하여 기존 입장을 정리한 새로운 판결을 내놓았다 {Impression Products, Inc. v. Lexmark Int’l, Inc., 2017WL2322830 (May 30, 2017)}. 최초 판매 원칙은, 특허권자가 특허 발명이 구현된 제품 (특허 제품)을 한 번 판매하였다면, 이를 구매한 자에 대하여서는 특허법상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법 원칙으로 관습법을 통하여 인정되어 왔다.

본 판례에서는 최초 판매 원칙의 범위와 관련하여 두 가지 쟁점을 다루었다. 먼저, 특허권자가 특허 제품 구매자의 제품 재판매 또는 사용 방법 등에 대한 명시적 조건을 붙였다면, 해당 판매 조건을 인지하고 특허 제품을 구매하고서도 이를 위반한 특허 제품 구매자에게 특허권자가 특허 침해의 주장을 할 수 있는지(즉, 최초 판매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지) 여부와, 특허권자가 미국 특허법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에서 특허 제품을 판매한 경우에는 최초 판매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지 여부이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은 본 사례에서 특허 제품의 판매 조건이나, 판매 지역을 불문하고 최초 판매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특허권자인 렉스마크사는 레이저 프린터의 토너 카트리지에 관한 다수의 특허를 보유한 채, 이들 특허가 구현된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였다. 토너를 다 사용하면 다시 재충전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렉스마크사는 두 가지 판매 정책을 채택하였다. 첫 번째는 정상가격으로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소비자는 사용한 카트리지에 토너를 재충전하여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두 번째 판매 정책은 제품에 ‘1회 사용/재판매 금지’ 조건을 부착하여 판매하는 방법이다. 렉스마크사는 해당 제품을 정상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사용자는 1회 사용 후 다 쓴 카트리지를 렉스마크사에게 반납하게 된다. 렉스마크사는 이 두 가지 판매정책을 미국과 해외 판매 제품에 모두 적용하였다. 한편, 임프레션사는 소비자로부터 다 쓴 렉스마크사의 카트리지를 구매하여 재충전한 뒤, 이를 저렴한 가격으로 재판매하였다. 이에, 렉스마크사는 임프레션사가 미국에서 ‘1회 사용/재판매 금지’ 조건이 있는 제품을 구매하여 재판매한 사실과, 해외에서 판매된 카트리지를 구매하여 재충전한 뒤 미국에서 재판매한 사실에 대하여 특허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먼저, 판매 조건을 위반하여 특허 제품을 사용한 구매자에게 최초 판매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이다. 연방 특허 항소 법원은 판매된 제품에 대하여 특허권을 주장할 수 없는 이유는 특허권자가 구매자에게 특허 제품을 정당하게 사용하거나 재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제품의 판매와 동시에 부여하였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특허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보유한 구매자의 행위는 특허 침해 행위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본 사례와 같이 특허권자가 판매 조건 등을 부가하여 일부 권한의 양도를 제한하였다면, 특허권자는 구매자에게 특허법상의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방 대법원은 특허 법원의 위와 같은 견해를 비판하면서, 최초 판매 원칙은 제품 판매 시 특허권자의 권한 양도를 추정하는 원칙이 아니라, 특허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원칙이라고 말한다. 즉, 최초 판매 원칙은 특허권자의 특허 제품 판매 시에는 예외 없이 자동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한편, 연방 특허 항소 법원은 최초 판매 원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라이선스권자가 라이선스 조건을 위반하여 판매한 경우에는 최초 판매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기존의 연방 대법원 판결{General Talking Pictures Corp. v. Western Elec. Co., 304 U.S. 175 (1938)}과 양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은 라이선스의 부여는 제품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판매와 다르므로 이 둘은 별개로 판단하였다. 즉, 특허권자가 특허 제품을 판매한 경우에는, 구매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최초 판매 원칙이 적용된다.

그렇지만, 특허권자가 제조업자에게 조건부 라이선스를 부여하여 라이선스권자가 특허제품을 판매한 경우에는, 라이선스권자의 라이선스 조건 준수 여부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되게 된다. 예를 들어, 특허권자가 제조업자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하면서 특허 제품을 비상업적 이용을 위한 판매로 제한한 경우에, 라이선스권자가 이 라이선스 조건을 위반하여 제품을 판매한 경우에는 특허권자가 라이선스권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라이선스권자의 라이선스 계약 위반을 알면서 특허제품을 구매한 자에게도 최초 판매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특허권자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라이선스권자가 라이선스 조건을 준수하면서 특허 제품을 판매한 경우, 예를 들어 구매자로부터 특허 제품을 비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은 경우라면, 라이선스권자의 제품 판매는 특허권자의 제품 판매와 동일하게 취급된다. 따라서 라이선스권자로부터 특허 제품을 구매한 자가 후에 라이선스 조건을 위반하여 특허 제품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더라도 특허권자는 라이선스권자나 구매자에 대하여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Motion Picture Patents Co. v. Universal Film Mfg. Co., 243 U.S. 502, 506-507, 516 (1917)}.


다음으로, 특허법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 판매 제품에 대하여도 최초 판매 원칙이 적용되는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연방 특허 항소 법원은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권을 명시하거나 명시하지 않고 판매하였는지를 불문하고, 해외에서 판매한 제품에는 최초 판매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미국 특허법은 미국에서만 적용되므로, 해외 판매 제품에 대하여는 특허권자가 배타적인 특허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특허 제품의 판매로 인하여 소멸될 배타적인 권리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으므로, 그 소멸을 위한 최초 판매 원칙은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본 것이다{Jazz Photo Corp. v.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264 F.3d 1094 (Fed. Cir. 2001)}.
그러나, 연방 대법원은 저작물의 해외 판매에 대하여 최초 판매 원칙을 적용한 Kirtsaeng 판결을 원용하면서, 해외 판매된 저작물이나 특허 제품의 보호 범위를 달리 가져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Kirtsaeng v. John Wiley & Sons, Inc., 568 U.S. 519 (2013)}.


연방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특허 제품의 판매로 이미 특허에 대한 보상을 받은 특허권자가, 판매한 제품에 대하여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을 특허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컴퓨터나 자동차, 기타 수많은 부품들로 구성된 제품들에 대한 수선업이나, 중고 매매업 등에서 특허 침해 소송의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편익을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수천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자동차에서 일부 부품의 특허권자가 판매 후에도 그 부품에 대한 수리나 재판매를 제한 할 수 있게 한다면, 해당 자동차의 정식 딜러가 아니고서는 자동차의 수리나 중고 매매를 할 경우, 특허 침해 소송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연방 대법원 판결은 판매 후의 사용 제한이나 재판매 제한 등의 계약법상 효력을 다투지는 않았다. 그러나 특허권자에 대한 계약법상 보호는 그 효력이나 범위에 있어서 특허법상 보호에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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