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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P-Plan 회생절차 도입… 활용한 사례 없어 아쉬워”

신임법원장에게 듣는다, 이경춘 서울회생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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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기업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고 해서 그들의 미래까지 뺏을 수는 없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이 역점을 두고 있는 '한국형 프리패키지(P-Plan 회생절차) 제도'와 '뉴 스타트 지원센터'는 이들의 재기를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서 마련한 방안입니다."

  

취임 한달째를 맞고 있는 이경춘(58·사법연수원 16기) 초대 서울회생법원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회생법원의 본질적 역할을 강조했다. 회생법원은 엄혹한 경제현장에서 본의 아니게 뒤처진 구성원들을 치유하는 사회적 병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공적 이상을 지향하기 위해 법원 이름도 '파산법원'이 아닌 '회생법원'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성실하지만 불운한' 개인과 기업의 재기를 돕기 위해서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위기에 처한 개인와 기업에게

재기의 기회는 제공해야

 

"사회 경제구조가 고도화 될수록 선의의 경제적 피해자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이러한 사회 구성원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과 기업이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망했다고만 바라보지 말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가치와 역량을 어떻게 하면 다시 살릴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현대 사회는 과거와 달리 개인과 기업 모두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한 경제 주체의 파산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여파도 적지 않다. 특히 기업의 경우, 부도를 내면 수십년간 구축해온 영업조직과 거래처, 인적 자산이 송두리째 증발할 수 있다. 이를 복구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인 셈이다. 이 원장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그는 서울회생법원이 진행하는 'P-Plan 회생절차'가 이 같은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P-Plan 회생절차'는 부채의 절반 이상에 대한 채권을 가진 채권자 또는 이런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에 회생 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음지에서 문제 해결하려고 하면

불필요한 분쟁만 키워

 

"프리패키지(Pre-package) 제도는 원래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오랜 시장경제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파산 정책이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합리적인 사고 위에 이 제도의 기틀을 닦았습니다. 그 결과 2014년에 미국에서 있었던 10대(자산기준) 기업회생 사건의 절반이 프리패키지 제도에 따라 진행됐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해 8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P-Plan 회생절차'가 도입됐지만 아직 활용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래서 취임한 직후부터 직접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개최한 'P-plan 회생절차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원장은 또 회생·파산 전문가들이 직접 상담하는 '뉴 스타트 상담센터' 활성화에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개원과 동시에 출범한 이 센터는 법원의 파산관재인과 개인회생위원이 직접 채무자와 상담하는 제도다.


'뉴 스타트 상담센터'

활성화되면 브로커도 사라질 것

 

"회생법원장이 된 이후에는 언론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파산위기에 처했다는 소식만 봐도 가슴이 철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개인회생·파산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고작 15% 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식적인 제도를 이용하지 않고 음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불필요한 분쟁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뉴 스타트 상담센터는 바로 이런 분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파산절차에 관한 정확한 상담을 법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원장은 뉴 스타트 상담센터와 같은 제도가 자리를 제대로 잡는다면 브로커 등 음성적인 세력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수준급의 회계지식이 동원되는 파산재판 절차는 법조인들이 꺼리는 영역 중 하나다. 그렇다보니 브로커 등이 유난히 활개치는 영역이기도 하다. 법원 문턱은 높고, 법조인들은 피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파산신청자들이 브로커에게로 일부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던 구조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생법원의 '눈높이 서비스'가 전해주는 의미가 자못 크다.

 

이 원장은 재임기간 중 서울회생법원의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먼저 소속 법관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3주 간격으로 워킹런치(Working lunch)를 실시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판사들이 회생·파산에 관한 실체적 경험과 전문적 식견을 가진 오피니언 리더들의 경험과 지혜를 접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계사를 초빙해 회계강의를 진행하고 각종 실무서와 직무편람을 개정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소속법관 전문성 강화위해

3주 간격 '워킹런치' 실시


"서울회생법원은 기존의 수동적인 법원의 역할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관과 직원들 모두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워킹런치 프로그램명은 '경제2번가를 그리다'입니다. 경제주체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의도가 '경제1번가'라면 회생법원은 '경제2번가'로서 실패의 아픔이 있는 기업과 개인을 적극적으로 치유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앞서 서울회생법원 파산3부(재판장 정준영 수석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싱가포르의 선에디슨(Sunedison)사가 도산절차 신고를 하자 직권으로 하루만에 '승인 전 명령'(2017국승100001)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서울회생법원이 미국에서 개시된 외국도산절차를 승인함으로써 국제도산 허브 법원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 원장은 국제적인 교류의 폭을 넓히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그동안 많은 역할을 해왔지만 독립된 법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생법원으로 독립 승격한 만큼 외국 파산법원과 교류를 확대하는 등 축적한 역량을 세계 무대에서 가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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