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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민 기본권 보장위해 의무이행소송 도입돼야”

신임법원장에게 듣는다 '황병하 서울행정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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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소송법을 개정해 의무이행소송과 가처분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삼권분립에 위배되고 법원이 월권을 하는 것처럼 말씀을 하시는데, 국민의 기본권을 구제하고 보다 충실히 보장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지난 9일 취임한 황병하(55·사법연수원 15기) 신임 서울행정법원장은 1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10년째 지체되고 있는 의무이행소송과 행정소송에서의 가처분제 도입에 대해 "독일은 일찍이 의무이행소송제도가 시행되고 있고, 우리보다 행정소송이 후진적이라 평가받았던 일본도 2004년 이 제도들을 도입했다"며 "분쟁의 최종적인 해결을 위해서라도 의무이행소송이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에 기초생활수급

신청 거부당한 경우


의무이행소송은 행정청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법원이 그 부작위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이행을 명하는 제도다. 가처분 제도는 수익적 행정행위를 법원 판결 전에 미리 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한 경우 현행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신청자는 법원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거나 기초생활수급자에 포함시키지 않은 부작위에 대한 위법확인소송만 제기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에 포함시켜 달라는 적극적인 '의무이행소송'은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신청인이 행정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더라도 행정청이 법원의 취소 판결의 취지를 무시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판결 취지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의무이행소송과 가처분제도가 도입되면 법원이 지자체에게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받아들이라고 할 수 있고,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기초생활급여를 지급하도록 가처분을 명령할 수도 있게 된다. 당사자의 권익이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법원이 신청인용 판결이나

가처분 명령도 가능해


지난 2007년 의무이행소송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행정소송법 전면개정안이 만들어져 국회에 제출됐지만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행정소송법은 1951년 제정된 이후 33년만인 1984년 한차례 전면개정이 이뤄졌다. 10년 후인 1994년 행정심판 전치주의를 폐지하고 행정법원을 신설하는 등 행정소송을 2심제에서 3심제로 전환하는 일대 변혁이 있었지만 이후에는 개선입법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별검사가 청와대 압수수색에 실패한 뒤 서울행정법원에 청와대의 압수수색검증 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을 내면서 의무이행소송이 반짝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법원이 박 특검의 신청을 각하하면서 "현행 행정소송법은 의무이행소송을 인정하지 않아 법원이 피신청인들에게 승낙을 하도록 명할 수도 없다"며 "행정소송법 개정을 통해 의무이행소송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권익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어


황 원장은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헌법에는 (국민이) 국가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사회보장을 담은 권리가 대표적입니다. 만약 행정청이 사회보장 급여를 주다가 안 주면 집행정지를 하면 되지만, 처음 신청을 했다가 거절을 당하면 아무리 그 처분이 위법이라도 안 주면 그만입니다. 지난한 소송과정을 거치다보면 당사자의 삶은 더욱 피폐해집니다. 의무이행소송이나 가처분제도는 이처럼 기본권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내년에 개원 20주년을 맞는 서울행정법원은 행정사건 전문법원으로서 위법·부당한 행정처분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구제하고 법치행정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황 원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발족한 행정재판발전위원회에서 단기과제와 장기과제를 분류한 뒤 시행 가능한 방안은 즉시 시행하겠다고 했다. 

 

 

황 원장은 "성격이 많이 다른 도시정비·토지수용 사건 등을 함께 맡았던 조세사건 전담부를 조세사건 단일 전문재판부 체제로 재편했다"며 "위원회에서 단기과제로 정한 것을 올해부터 바로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올해 생활밀착형 전담 단독 재판부를 2개 신설하고, 산업재해사건 중 합의재판부 사건으로 분류되던 유족급여사건 등을 전문적으로 처리할 재판부도 신설했다. 그는 "다양한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기 위해 행정재판에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지방분권 시대' 맞게 

지방에도 행정법원 설립해야

 

 

황 원장은 최근 헌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행정재판에서 헌법적 판단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탄핵정국 등으로 국민들의 헌법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강해졌습니다. 예전에는 판사들이 헌법적 이슈를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해 깊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대통령령과 시행규칙도 헌법적 관점에서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합니다." 헌법적 관점에서 당사자들의 주장을 신중하게 검토한 뒤 판단을 하면 판결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도가 향상되고 승복률도 높아진다는 것이 황 원장의 소신이다.

 

황 원장은 지방분권화 시대에 맞게 지방에도 행정법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정부의 역할이 커질수록 관련 행정소송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그만큼 국민의 행정적 기본권 보장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법원을 만들면 그와 관련된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크게 기여합니다. 특히 늘어나는 행정사건 수와 유형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 외 다른 지역에도 행정사건을 다룰 전문법원 개원이 필요합니다. 이는 저의 바람을 넘어 우리 사법부의 당면 과제입니다."


황 원장은 소속 판사들에게 '건강'을 강조했다. "건강해야 정년까지 일을 할 수 있습니다(웃음). 건강과 평온한 정신이 뒷받침 돼야 정당하고 타당한 법적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법관 스스로가 건강을 챙기고, 여가생활 등을 통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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