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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예술품

[법조계 예술품] 창원지법 김양수作 '…길을 묻다'

황량한 벌판에 듬성듬성 선 나무… 세찬 바람에 휘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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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성산구 창이대로에 있는 창원지법 본관 로비에 들어서면 큼직한 수묵화 한 점이 눈에 띈다. 김양수(57) 화백의 작품 '2014년 바람에게 길을 묻다(가로 206cm, 세로 70cm)'이다.

각자의 사정으로 법원에 '자신의 길'을 물으러 온 사람들은 로비에 걸린 흑과 백의 단출한 그림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듯 보이는 커다란 나무가 내 모습인지, 그 옆에 흩어져 있는 작은 풀과 나무가 내 모습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림의 제목처럼 모두 누군가에 '길'을 물어보고 싶은 마음만은 똑같다. 삶을 스치는 소소하고 약한 바람, 거칠게 휘몰아치는 폭풍같은 바람 한가운데 서있는 사람들 모두 그림을 지나 법정을 향해 계단을 오른다.

김 화백은 "우리들의 삶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의 의지에 의해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바람은 그냥 순간 순간을 집중하며 즐겨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찬란한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다고. 그것이 인생이라고 설명한다. 인생의 바람이 지나가길 기원하며 법원을 찾은 사람들을 위로하듯이.

김 화백은 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물과 자연풍경 등을 소재로 삼아 따듯한 느낌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전남 진도 출신인 그는 산과 들에서 보낸 유년시절의 경험을 작품에 담았다. 그가 가을과 겨울의 풍경, 달빛과 물 등 자연을 통해 내면을 표현하는 것은 어린시절 자연에 푹 빠져지냈던 경험에 기인한다.

김 화백은 한국화에 필수인 절제미를 강조하면서도 딱딱하지 않게 서정적인 감정을 풀어낸다. 그의 작품에는 하얗게 빈 여백 구석에 개구리 한 마리만 앉아있기도 하고, 물가의 돌 옆에 매화가지 하나만 얹어져 있는 등 수수한 느낌의 그림이 많다. 그러나 그림이 표현하는 뜻은 간단하지 않다. 그림 속 시원하게 비워져 있는 여백이 그 비워진 만큼의 생각거리를 차오르게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선(禪)'에 가깝다는 평을 많이 받는다. 단정한듯 서정적인 그 표현 때문에 김 화백은 시와 그림이 함께하는 시화전시를 열 때 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김 화백은 동국대 예술대학과 중국 북경중앙미술대를 졸업하고, 중국과 일본 등에서 20차례가 넘는 개인전을 열었다. 독일 쾰른과 에센에서 국제아트페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내 속뜰에도 상사화가 피고 진다' 등 3권의 시집을 출간하고, '개구리들의 몸짓은 바람을 만든다'는 화제로 대구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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