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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로펌에 압수수색 영장 ‘충격’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600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롯데그룹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모 대형로펌을 상대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관련 자료를 제출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조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이 로펌에 의뢰인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법조계에서는 의뢰인 보호와 의뢰인의 비밀유지 의무를 생명으로 하는 변호사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1일 롯데그룹 오너가의 재산 증여 과정에서 탈세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에게 법률자문을 해 준 A로펌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 전 법원에서 미리 압수수색 영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통해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에 최소 4개 이상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세금포탈에 이용한 것으로 보고 이 과정에서 법률자문을 제공한 A로펌 소속 변호사 등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조세 포탈' 롯데 신격호 회장
법률자문 로펌상대

검찰 관계자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조세포탈과 관련한 자료가 롯데에는 없고 A로펌에만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법원에 사유를 설명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던 것"이라며 "로펌과 변호사에게 의뢰인 비밀보호의무가 있긴 하지만 법원이 발부한 영장은 그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법원으로부터 A로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가져가긴 했지만 실제 집행을 하진 않았고 자료를 제출받는 용도로만 사용했다"며 "통상의 압수수색처럼 (사무실을) 털어온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A로펌의 협조를 받아 임의로 자료를 확보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수사와 관련해 국세청 등 다른 기관에서 피의자 등에 대한 자료를 협조 받을 때도 이처럼 영장을 받은 뒤 임의제출 받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검찰이나 자료를 내주는 기관이나 모두 개인정보보호 등 책임 문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호사업계의 불만은 크다. 현행 변호사법과 변호사 윤리장전은 변호사(로펌)가 직무상 알게 된 의뢰인 등의 비밀을 누설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징계와 함께 업무상 비밀누설죄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받을 수도 있다. 민사소송법 제315조와 형사소송법 제149조는 이 같은 비밀에 대한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형소법 제112조는 변호사가 업무상 위탁을 받아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으로 의뢰인 등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은 그 타인의 승낙이 있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때를 제외하고는 수사기관의 압수까지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장집행은 하지 않고 
자료 확보 용도로만 사용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검찰과 법원이 심사숙고해 영장을 청구·발부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이 전례로 남은 이상 검찰이 앞으로 수사가 용이하지 않을 때마다 이 같은 방식을 들고 나올 수 있다"며 "이런 사례가 거듭된다면 어떤 의뢰인이 로펌이나 변호사에게 일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로펌의 변호사도 "수사기관이 앞으로도 이번 사례를 전례로 들어 로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내 자료 제출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로펌(변호사)과 의뢰인은 고도의 신뢰관계가 바탕이 되어야만 일을 할 수 있는데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면 변호사의 변론권을 물론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의뢰인은 자신의 정보가 단 1%라도 로펌이나 변호사 사무실 밖으로 새어나갈 것이라고 생각이 들면 사건을 맡기지 않는다"며 "로펌이나 변호사들이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검찰이 A로펌에서 자료를 제출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자 상당수의 대형로펌이 기업 등 의뢰인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에 진땀을 뺐다.

또 다른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클라이언트들이 '혹시 자료를 검찰에 내준 로펌이 당신네들이냐'며 전화를 걸어와 아니라고 해명하고 안심시키는데 한참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다른 로펌의 일이긴 하지만 대형로펌의 주요 고객이 기업인 만큼 모두가 이번 일을 주목하고 있다"며 "각 로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련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뢰인의 비밀누설 금지'와
충돌… 법조계 논란

반면 이번 일을 일반화시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위행위에 변호사가 협조를 하는 등 정당한 변론이나 자문 범위를 넘은 경우에는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만약 로펌이나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탈세 등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려주거나 가담한 정황 등이 있다면 의뢰인 비밀보호 의무와 관계 없이 영장을 발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일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두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로펌이 치외법권지역도 아니고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가 절대적 의무도 아닌 만큼 국가 공권력의 집행은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로펌의 법률자문 내용이 적법한 범위내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불법적인 영역에 있는 것인지를 판별하기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식으로 재판에서 따져보기도 전인 수사단계에서 검찰이나 영장판사가 섣불리 법률자문 내용의 불법성을 규정짓고 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장혜진·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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