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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야생화를 사랑하는 보디빌더’ 이철 동인 대표변호사

공대출신의 로펌 수장 이철 '동인'대표 변호사
공대서 배운 학습체계 법학과목에 접목… 독학으로 사시합격


 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이인동심 기리단금 동심지언 기취여란). '두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그 예리함이 쇠를 자를 수 있고 한마음으로 하는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는 뜻으로 주역에 있는 말이다. 뜻이 맞는 벗 사이의 굳은 우정을 강조하는 이 말을 이철(67·사법연수원 5기) 법무법인 동인 대표변호사는 로펌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5명의 변호사로 시작한 동인이 불과 10년여만에 100명 이상의 변호사가 함께 하는 로펌으로 성장한 것은 '함께 같이 가자'는 생각이 구성원 모두에게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은 체구지만 강인함이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인상적인 이 대표는 2004년 동인을 설립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신념으로 펌을 운영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 시대를 맞아 중국계 글로벌 로펌인 따청·덴튼스와의 제휴를 추진하며 세계 시장 공략까지 꿈꾸고 있는 '작은 거인'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빌딩 동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철(67·사법연수원 5기) 법무법인 동인 대표변호사는 매일 아침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다짐한다. 의뢰인의 속마음을 읽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야만 최선의 변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인은 상대방의 입장을 변론하고 잘못을 재단하는 사람입니다. 내 입장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자세를 갖는 것은 기본이죠. 그런 의미에서 제 인생 가치관은 역지사지입니다. 변론해야 될 사람의 속마음을 읽어낼 줄 아는 법조인이 돼야 합니다. 가끔 주례를 볼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강조하는 말 역시 이것입니다. 실천하기는 힘들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자기오류에 빠질 수 있고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늘 주의해야 합니다."

그가 처음부터 법조인을 꿈꾼 것은 아니다. 산업화 시대, 자연과학적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서울대 공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4년의 대학생활 끝에 자신의 적성에 더 맞는 인문학적 진로를 결심했다. "어릴 적부터 자연과학 분야보다는 인문학 분야가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당시 경제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는 농업국가에서 산업경제개발시대로 들어섰습니다. 사회적으로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필요했죠. 그에 맞춰 저도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해 4년간 자연과학을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진로를 선택할 때가 되자 인문과학 학문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통찰력을 가지고 귀납적인 사고방식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공대생이 법조인이 되는 것은 특별한 사건이었다. 그는 공과대학에서 배운 체계적인 논리적 사고를 토대로 졸업후 독학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로스쿨이 도입된 지금은 공대를 졸업하고 법조인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 졸업반 여름방학때 법학통론을 읽으며 법학에 흥미를 느꼈죠. 이공계 전공과목 수강을 모두 마치고 4학년 2학기때 법과대학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수강하다 적성이 맞겠다 싶어 법조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특히 공대 선배 중 1명이 법조인이 됐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공대인도 이쪽 방향으로 진출할 수 있겠구나' 용기를 냈습니다. 그렇게 졸업 후 혼자 사법시험을 준비했고 이듬해인 1973년 제1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공대에서 배운 학습체계를 법학과목에 접목해 답안지 작성법, 공부계획, 시험준비 등 체계를 짠뒤 치밀하게 공부했었죠."

공대 출신 법조인이라는 타이틀을 딴 그는 검사 재직당시 대학시절 닦은 공학소양을 십분 발휘했다. "당시 공대 출신 법조인은 몇 안됐습니다. 검사로 재직할 때 공학과 접목된 특수분야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검찰 사무 전산자동화 얘기가 막 나오던 1989년, 전산관리담당관을 맡아 초창기 검찰 전산화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또 법조인으로는 최초로 '컴퓨터범죄의 법적 규제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때는 성수대교가 무너졌는데 사고 원인을 분석하려면 아무래도 공대를 나온 사람이 맡았으면 좋겠다는 지시가 있어 사건을 맡아 감정단도 꾸리고 저명한 공대 교수를 초빙해 의견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때 익힌 노하우를 가지고 이듬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도 수사했습니다. 법무부 국제법무심의관 때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해설서를 공동저술하면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저작권 부분을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작지만 첫 눈에 보기에도 다부진 체격을 자랑하는 그의 오랜 취미는 보디빌딩이다. 50여년 동안 꾸준히 육체와 정신을 수양했다. "남들과 다른 취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보디빌딩입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결같이 운동하고 있습니다. 경복고 역도반과 서울대 역도반에서 운동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1968년에는 미스터 서울대에 당선되기도 했고, 군법무관 시절에는 사단 보디빌딩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10여차례 이상 각종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한 경험도 있습니다. 지금도 1주일에 5일, 1시간 30분 정도 건강관리를 위해서 하고 있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근육을 이용해 극한의 상황까지 운동을 하다보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죠. 스트레스를 푸는데 아주 제격입니다."

오래된 취미는 보디빌딩… 
68년 '미스터 서울대'

그의 또다른 취미는 서예다. 강한 집중력을 요하는 서예를 통해 정신을 수련하며 '인서구로(人書俱老, 글씨와 사람은 함께 늙는다)'의 다짐을 되새긴다. "군법무관 시절 서예를 잠깐 배운 적이 있습니다. 검사 시절에는 바빠서 쉬었다가 10여년전부터 다시 서예를 열심히 배웠습니다. 2015년에는 한국서도협회 초대작가가 되기도 했죠. 인서구로라는 말처럼 나이가 들수록 글씨가 원숙해질 것이라는 믿음과 소망으로 매일 저녁 붓을 잡습니다. 서예가 조용한 취미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서예는 굉장히 강합니다. 선비보다 무인들이 서예를 잘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서예 역시 굉장한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정신수양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다른 취미는 서예… 
'인서구로'의 뜻  되새겨

1999년 수원지검 차장검사를 끝으로 변호사로 개업한 그는 2004년 정충수(72·3기) 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 동인을 설립했다. "현재 10대 로펌 설립자 대부분이 순수 재야 출신 변호사입니다. 재야 출신이 로펌을 만드는 것이 맞긴하지만, 아무래도 각박한 시장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측면이 있죠. 한편으로 재조 조직문화에 서툰 면이 있기 때문에 수십년간 재조에 몸담았던 분들이 막상 낯선 분위기에 어색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검사 출신인 저는 로펌을 만들며 '재조 출신도 재조에서 느꼈던 정서를 버리지 않고 변호사를 할 수 있는 로펌이 없을까' 생각했고, 그렇게 동인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동인은 명실상부 송무중심의 대형로펌이다. 동인의 성장전략 배경에는 기존 대형로펌과는 차별된 틈새시장을 노린 그의 '선택과 집중'이 있었다. "검찰 출신 변호사 위주의 송무중심 로펌을 대형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같은 검찰 출신인 정 변호사와 법인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어릴 적부터 집중력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학창시절 제기를 한번에 600~800개가량 차곤했고, 서예와 헬스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초창기 동인의 성장전략 역시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송무보다는 자문에 초점을 맞췄던 로펌업계에서 송무중심의 로펌이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틈새시장인 송무중심 로펌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최근에는 다른 대형로펌의 장점을 벤치마킹해 자문쪽도 보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5명으로 출발… 
10년만에 100명규모로

동인은 법률시장 3단계 개방 시대를 맞아 중국계 글로벌 로펌인 따청·덴튼스와의 제휴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송무사건을 주로 맡는 동인은 10대 로펌 중 법률시장 개방으로 인한 타격을 가장 적게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법률시장 개방이 국내로펌에 미치는 영향은 쉽게 예단할 수 없는 부분이죠. 동인은 따청·덴튼스와의 제휴를 통해 외국법률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로펌인 따청은 송무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동인과 성장배경이 유사합니다. 따청에 파견 가 있는 김기열(53·20기) 변호사와 중국통으로 불리는 김종길(54·17기) 변호사가 함께 중국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동인을 방문한 따청의 샤오진첸 대표변호사와 협의해 올해안에 동인과 따청이 송무분야부터 업무협약을 맺는 방안을 강구중입니다."

이 대표의 부인은 시집 '여우시리즈'를 집필한 시인 전정예씨다. 대학시절 캠퍼스커플로 만난 아내는 그의 첫사랑이자 평생 동지다. "아내는 대학 1년 후배였고 사범대학을 나왔죠. 결혼하기 전에는 잠깐 학교 선생님을 했고 이후에는 전업주부로 내조를 해줬습니다. 제가 부산지검에서 근무할 때 미국에 유학을 갔는데 이때 아내도 같이 언어학을 공부했습니다. 이후에는 1991년 건국대 국문과 교수로 임용돼 작년에 정년퇴직했죠. 1998년에는 세기문학에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아이가 셋인데 결혼할 때마다 시집을 발간해 '여우시리즈'를 완성했습니다. '여우야 여우야', '여우가 여우가', '여우랑 여우랑'이 시집 제목이죠."(웃음)

이제는 야생화 키우며
인생 황혼기 보내고 싶어

이 대표는 조만간 동인의 경영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아내와 야생화를 키우며 '야생화를 사랑하는 보디빌더'로 인생 황혼기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머지않아 경영을 후배에게 맡기고 평생 동지인 아내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여생을 풍요롭게 살고 싶습니다. 최근들어 아내와 함께 야생화를 키우고 있는데 지금 살고 있는 빌라 1층 정원에서 야생화를 정성껏 기르고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란 시처럼 남은 삶 동안 아이들과 손자들, 친구들, 그리고 제가 만들어 몸담아 온 동인의 식구들을 좀 더 자세히, 오랫동안 배려하고 사랑하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는 최근 발생한 법조비리 사건을 보며 크게 안타까워했다. 후배들의 도덕적 자각심이 무뎌졌다는 것이다. 또 오늘날 유능한 법조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될 것을 조언했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후배들의 잘못된 행태를 볼 때마다 40년전 제가 법조인이 됐을 때보다 지켜야할 도덕 기준에 대한 자각심이 많이 무뎌진 것을 느낍니다. 법조인이 돼 남을 재단하려면 자신에 대한 잣대도 엄격해야 합니다. 또 만능지장(萬能之將)보다는 일능지장(一能之將)이 돼야합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각 분야별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후배 법조인들은 자신이 관심있는 특정 분야에 대한 공부를 꾸준하게 열심히 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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