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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민사·가사·행정소송 서면 '30쪽'으로 제한


앞으로 민사·가사·행정소송에서 당사자가 재판부에 제출하는 소장이나 답변서, 항소·상고 이유서 등 서면의 분량이 30쪽으로 제한된다.

대법원은 이 같은 내용의 민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의 의견을 듣는 등 변호사단체와 조율했다.

개정안은 당사자나 변호사 등 대리인이 재판부에 제출하는 각종 서면의 분량을 최대 30쪽으로 제한했다. 이를 어기면 재판장은 당사자에게 해당 서면을 30쪽 이내로 줄여 제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다만 변론권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량 제한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접수거부 등의 제재는 하지 않기로 했다.

개정안은 또 기록 경량화를 위해 기일에서 진술되지 않은 준비서면이나 기타 불필요한 소송서류는 반환하거나 폐기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대법원이 개정안을 마련한 이유는 최근 변호사들이 경쟁적으로 긴 내용의 서면을 제출해 구술심리 진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과 관련이 없는 불필요한 내용을 서면에 포함시키거나 앞서 제출한 소장 등에서 주장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기재한 의견서 등을 제출해 신속한 심리 진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본보가 지난 4월 제53회 법의 날을 맞아 실시한 '로펌 평가' 특별 설문조사에서 판사들은 '로펌이나 변호사의 변론(변호) 활동에서 가장 보기 좋지 않은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라는 질문에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교과서식 주장을 장황하게 늘어 놓는 경우'를 가장 많이 꼽았다. 2년전 설문조사 때도 같은 응답을 한 판사가 가장 많았다.

법원 관계자는 "100쪽이 넘는 대용량 서면을 제출하는 곳은 일부 대형로펌"이라며 "로펌의 협조가 있다면 '서면 경량화' 문화가 쉽게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쟁적으로 대용량의 서면을 제출하는 '보여주기식' 변론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변호사업계도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로펌의 변호사는 "그동안 상대 로펌 눈치를 보며 100쪽짜리 서면에, 30쪽자리 요약서, 3쪽짜리 재요약서까지 만드는 이중고, 삼중고를 겪어왔다"며 "서면 길이로 소모적인 경쟁을 하지 않게 돼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대형로펌이 상대방 대리인으로 선임되면 서면을 얼마나 길게 써올지 걱정부터 했다"며 "재판에서 지면 서면을 짧게 써서 졌다고 생각하는 의뢰인들도 있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오해도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세미·신지민 기자>
미국변호사